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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를 위하여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기간한정으로 서비스 중이길래 보기 시작했습니다.
명작열전 시리즈의 첫번째로, 대략 90년대 초반 무렵의 인기 만화들을
차례차례 보여주기로 되어있네요.
(이렇게 공짜로 봐도 되나 싶은데 작가님들한테 인세 비슷한 건 가는 거겠죠?;;)

9월 18일 인어공주를 위하여 (이미라)
9월 25일 점프트리 A+ (이은혜)
10월 2일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나예리)
10월 9일 별빛 속에 (강경옥)

이렇게만 써있는데 즉 9월 25일이 되면 '인어공주를 위하여'는 서비스 종료라는 얘기일까요? 그렇겠죠? ;_;
아 그 전에 다 봐야 할텐데 -.-;; (원래 만화 보는 속도도 느린데 인터넷도 무진장 느린 동네라 흑)
사실 이은혜님 만화는 제 취향에서 많이 벗어나있고, '1050'은 비교적 최근 만화였고
(이게 '네멋대로 해라'였으면 열심히 기다렸다가 보려고 했을지도..)
'별빛 속에'는 이미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저에게 추억의 만화로서 제일 반가운 건 '인어공주를 위하여'였거든요.

* * *

'인어공주를 위하여' - 진짜 인기 폭발의 만화였죠. 친구들 사이 입소문으로나 대여점 순위에서나
이 당시의 인기만화들 중에서도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를 누렸던 만화로 기억합니다.
정작 저에게는 별로 취향은 아니어서 읽고 나서 이 만화가 왜 이렇게 인기지? -_-a
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무렵의 인기만화들은 판타지물이나 역사물이 주종을 이루었고
학원물이라고 해도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틈새에서
꼼꼼하게 그려진 일상적인 배경에서 서민 근성 투철한 평범한 여고생의 학교 생활이
주된 축을 이루었던 것이 대중적인 인기의 한 요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니 물론 서지원 같은 인물들이 주변에 있는 게 결코 평범한 건 아닌데
'우주로 날아간 여고생'이나 '외국의 왕자님과 사랑에 빠지는 여고생'보다는 평범하죠 ^^)

또 하나 부동의 인기의 비결은 소녀들을 가슴 설레게 했던 예쁜 그림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내용에는 별로 흥미를 못 느꼈던 저도 '그림은 진짜 예쁘네'라고 생각했었다죠.
요즘에는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봐도 그림이 찢겨져 있는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는데
그 때는 대여점 만화책에 예쁜 그림이 있으면 다 찢겨나가고 남아있지를 않았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인어공주를 위하여'는 어느 대여점에 가도 가장 훼손 상태가 심했죠.
어떤 곳에서는 하나도 안 찢기고 멀쩡해서 살펴보면 예쁜 얼굴 그림마다
스탬프를 꽉꽉 찍어놓은 데도 있었어요. 근데 그러면 보는 재미가 확 떨어지고 따라서 대여율도 낮아지고..
대여점 주인들도 참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림들을 이렇게 찢어가서 뭘 하느냐,
당시 하드보드지를 잘라서 직접 필통을 만들어 갖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어요.
하드보드지로 필통 모양 상자를 만든 다음에 그냥 들고 다니면 밋밋하니까
겉면에 그림이나 사진을 발라주고 두꺼운 비닐지로 감싸줍니다.
그 중에 이른바 만화 필통을 만들어 오는 애들이 있었는데
그 재료가 다 대여점 만화책장에서 온 거죠 네 ^^;
그런 만화 필통 그림들 중 가장 많이 보이는 게 이미라님의 그림들이었던 겁니다.

이미라님의 그림은 '인어공주를 위하여' 후반부에서 '은비가 내리는 나라' 초반부 쯤에
'예쁜 그림'의 피크를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인어공주를 위하여' 마지막 권에 삽입된
인어공주 이야기의 그림은 동양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데다 말할 수 없이 예뻤어요.
(진심 충격받고 보고나서 계속 어른거려서 마지막권만 샀다지요;)
'은비가 내리는 나라'는 초반에 나나에서 연재하는 걸 본방 사수하면서 봤는데
그냥 매회가 거의 화보로 넘쳐서 감동하면서 봤었죠 ㅠㅠ

마지막권의 인어공주와 정신을 잃은 어딘가 동방제국?의 왕자님


..아 원래 내용에 대한 감상을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잡설 쓰느라 길어져서
귀찮아서 여기서 일단 끊어둡니다; 완전 내 맘대로 게으름쟁이 블로깅~
(중년의 회고체에서 갑자기 본래 말투로 돌아오고 있음; )



아니아니 게으른 내가 절대 다시 이어서 쓸 리가 없을 테니 몇 줄만 더 붙이고 끝낼게요;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예쁜 그림, 감정이입하기 쉬운 서민 근성의 정의파 여주인공 이슬비와 일상성이 강조된 배경,
이건 이미라님의 다른 만화에서도 계속 나타나는 요소인데 그 중에서도
'인어공주를 위하여'가 특히나 인기를 끌었던 것은
코믹한 가운데서도 가슴 싸한 애잔함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시대가 그렇게 진지하고 슬픈 정서가 가득했던 시대였기도 하죠.

유년 시절의 약속을 믿고 한결같이 푸르매를 기다려온 슬비에게서도,
지원이 늘 휘파람으로 읊조리는 솔베이지의 노래에서도 애수가 느껴지고
사랑스럽고 천사 같던 지수의 죽음에서 슬픔도 극에 치닫지만
이런 플롯들은 다른 극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인 반면
보답받지 못하고 떠나는 장미의 사랑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야말로
이 만화가 주는 가장 독특한 느낌이었습니다.
악역이 아닌 제2여성인물로서의 백장미 캐릭터도,
무려 '제목이 가리키는 게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점도 정석에서 벗어난 신선한 충격이었죠.
(비록 이슬비와 백장미 둘 다 어떤 의미에서 인어공주라고 할 수 있다-고
어딘가의 이미라님 인터뷰에서 본 것 같지만, 그래도 만화에서 직설적으로 가리키는 건 장미죠)
그런 점에서 마지막 권에 나오는 장미의 모습을 닮은 인어공주 이야기가
더 아련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by haru | 2009/09/24 10:40 | 만화 이야기는 끝없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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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모 at 2009/09/25 01:30
아. 이 서비스...얼마전 인어공주를 위하여..를 비롯해서 이미라 작가님 작품 대부분을 인터넷 유료결제로 다 본 뒤라서 OTL 살짝 좌절했던..그러나 바람직한 서비스군요

별빛속에는 거의 암기수준이고, 이은혜님은 취향과 멀고, 나예리님 작품은 조만간 종이책으로 다시 볼 예정이라서...저는 서비스를 받지않을 거 같지만, 아무튼 이미라님은 유치하니 뭐니해도, 분명 그야말로 순수하달까, 애달프달까, 그런 정서를 정말 예쁜......이라고밖에 표현 불가능한 그림체에 잘 담아낸 분입니다.

저는 늘푸른 나무처럼, 이슬비와 백장미가 서로 사랑의 라이벌이 되지 않는 구도를 좋아했기 때문에
인어공주를 위해서..는 조금 안타까웠지만 (백장미 캐릭터중 가장 멋진것도 역시 늘푸른 나무..;)
말씀처럼 제목이 가르키는 인물이 무려 주인공인 슬비가 아니라는 점이 놀라운 만화였죠

누가 인어공주인지 명확히하진 않았지만, 결국 너무나 깨끗하게 사랑했고, 끝까지 후회없이 사랑하다
떠난게 백장미라는 점에선..그리고 결정적으로 후기 만화. ^^ 그 에피소드의 모습에서 결정적이었달까.

- 뭐 모든 일의 원흉은 백장미 아빠 한 놈(..) 이었지만, 하여간 저도 학창시절 참 재밌게 본 만화였습니다.
그립네요 . 그 시절도 그 만화도.

* 솔직히 처음에, 슬비 기억속의 푸르매 엄마 아빠의 모습과, 후반부에 나오는 푸르매 엄마아빠 모습이
좀 달라서- 작가가 중간에 설정을 바꾼게 아닐까?라고 의심도 했지만. ^^뭐.. 아무튼지 명불허전의 작품
이니까..
Commented by haru at 2009/09/26 15:51
와 저랑 취향이 많이 비슷하신 거 같아요 반갑습니다 ^^
결국 다 보고야 말았는데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느낌이 좋았어요. 그 때보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
후반부의 몇몇 컷은 최근 그림체가 섞여 있는데 부분적으로 새로 그리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여성 메인 캐릭터들이 사랑을 두고 다투지 않는 설정이 좋은데
(유리가면의 아유미 같은) 의외로 참 드문 설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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